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문제는 국내 배출원뿐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몽골로부터의 유입, 지리적 여건, 기상 조건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날 마스크를 썼음에도 목이 아프고 기침이 멈추지 않았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보다 먼저 대기오염 문제를 경험하고 해결책을 찾아온 해외 국가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합니다. 이 글에서는 유럽국가와 미국과 일본, 중국과 같은 해외 국가의 초미세먼지 저감 정책과 사례를 분석하고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1. 유럽 국가들의 도시 교통 정책을 통한 초미세먼지 저감 사례
유럽 도시들은 교통 부문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를 저감 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독일 베를린은 2008년부터 환경보호구역을 지정하여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의 도심 진입 자체를 제한했습니다. 이 정책 시행 이후 도심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약 10% 감소했다고 합니다. 제가 재작년에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도심에서 전기차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좋은 의미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단순히 운동하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환경 보호를 위한 그들의 생활 방식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영국 런던은 2019년부터 초저배출구역을 시행하여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초과하는 차량에 하루 약 12.5파운드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 강력한 정책 덕분에 런던 중심부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44% 감소했다고 합니다. 또한 프랑스 파리는 2024년까지는 경유 차량을, 2030년까지는 내연기관 차량을 완전히 퇴출시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이처럼 강력한 교통정책을 통해 대기 질 개선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네덜란드의 자전거 인프라입니다.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네덜란드 주요 도시들은 자전거 이용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것은 도로 설계부터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우선시하는 정책적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대중교통과 비동력 교통수단을 고려하는 이러한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대기오염 줄이는 데에 효과적입니다. 재작년 암스테르담을 여행할 때 출퇴근 시간에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멋지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지만 이것이 그들의 생활 속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 미국과 일본의 산업 부문 배출 규제와 기술 혁신
미국은 1970년 제정된 청정대기법을 통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특히 2011년 시행된 수은 및 대기 유독물질 기준은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크게 감소시켰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의하면 이 정책으로 인해 유해 대기오염물질이 96%까지 감소했다고 합니다. 지인이 미국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10년 전보다 대기 질이 확연히 개선된 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는 과거 스모그로 악명이 높았지만 지금은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1960년대와 70년대에 심각한 대기오염을 경험한 후 산업 부문에 대한 엄격한 배출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특히 도쿄는 디젤 차량 NO정책을 통해 배출가스가 많은 노후 디젤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산업체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본은 또한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미쓰비시, 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이 개발한 탈황·탈질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규제와 기술 혁신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엄격한 규제만으로는 기업의 반발을 살 수 있고 기술 개발 지원만으로는 강제성이 부족해서 실질적인 오염 저감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두 나라는 규제의 틀 안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환경 친화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지원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제가 관련 업계에서 일할 때 한 일본 기업과 협력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환경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투자 의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규제를 지키는 수준이 아니라 환경 보호하는 것을 기업의 핵심가치로 삼는다는 말을 듣고 좋은 의미로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3. 중국의 대기오염 개선 정책과 성과
중국은 2013년부터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시행해서 베이징, 텐진, 허베이성 등 심각한 대기오염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대폭 감소시켰습니다. 특히 2018년부터 시행된 청정 난방 정책은 북부 지역의 석탄 난방을 천연가스나 전기 난방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3년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심각한 스모그로 인해 100미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24년 다시 방문했을 때는 확연히 달라진 대기 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또한 노후 산업시설 폐쇄, 석탄화력발전소 운영 제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습니다. 베이징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초미세먼지 농도를 약 35%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것은 아주 단기간에 이루어낸 상당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사례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강력한 중앙정부의 의지와 지방정부의 성과 평가 제도입니다. 중국은 지방 관료의 성과 평가에 환경 지표를 포함시켜 대기오염 개선이 단순한 권고가 아닌 필수 과제가 되도록 했습니다. 또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목표 달성에 실패한 지역에는 책임을 묻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중국의 방식이 다소 강압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단기간에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는 초미세먼지와 황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 살아서 평소 중국의 정책 변화를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빠른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경제 성장을 위해 환경오염은 포기했던 나라가 이제는 환경 개선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론
해외 국가들의 초미세먼지 저감 사례를 살펴본 결과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첫째, 교통, 산업,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종합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합니다. 단일 부문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상벌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엄격한 기준과 규제를 통해 오염원을 줄이는 동시에 친환경 기술과 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셋째,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합니다. 대기오염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정권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국가적 합의와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시민 참여는 정책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시민들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때 더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